Bettersuweet

쓸모없는 글

Bettersuweet 2020. 2. 18. 21:59

쓸모없는 글을 쓴다. 글은 읽히고 나눠지기 위해 쓰이지만, 나는 아마도 모임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기에 이 글은 쓸모없는 글이 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글을 쓰는 이유는 무얼까. 2020년 새해이기도하고, 또 1월 8일 오늘은 내 생일인만큼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정리하고 싶은 욕심이다.

종종, 산다는 게 쓸모없는 글을 꾸역꾸역 써나가는 것처럼 쓰잘데기 없는 일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 생각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병원에서, 혹은 장례식장에서 세상을 떠나는 내 사람들을 바라보며 삶이 참 부질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종을 지켜보며 죽음이라는 건 생각만큼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근근히 이어가던 호흡을 멈추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사람 한 명 사라져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흘러가는 세상이 가끔씩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하여 언젠가부턴가 나는 '왜 살고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어릴적에는 대통령이 되어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도 있었고, 드라마 연애시대 속 '연애는 어른들의 장래희망이다'라는 대사를 들으며 연애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있었기에 내일을 사는 이유가 명확했다. 서른을 넘긴 지금은 세상에 대한 당찬 포부는 온데간데 없고, 연애는 이미 장래희망 대신 6년차 현직에 접어들어 내일을 사는 이유가 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왜 사는지에 대한 정답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제출하기 버튼 위 임시저장 버튼처럼, 당장 내가 찾은 삶의 임시이유는 내 사람들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게 얼마나 가슴아픈일인지 잘 알고 있고, 적어도 나는 가족들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그 정도의 아픔은 줄 수 있을 만큼은 소중한 존재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나는 이정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게 조금 민망하기는 하지만.

매년 더 멋진 한해를 다짐하며 투두리스트를 적어내곤 한다. 취준생 시절에는 토익 900이 목표였고,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Debit free, 그리고 작년엔 70kg 넘기기가 목표였던, 지극히 현실적이고 정량적인 목표들이다. 새해를 맞아, 생일을 맞아 올 한해는 왜 살고 있나에 대한 조그마한 힌트라도 얻는 걸 목표로 두고 싶다. 시간이 흘러 내 사람들이 하나 둘 생을 다하고, 더 이상 내가 그 사람들때문에 살아간다라는 핑계를 댈 수 없을 때, 그때에도 나는 행복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싶으니까.

어찌 보면 씀에세이를 통해, 그리고 아무도 보지않을 블로그를 통해서 이렇게 억지로라도 글을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왜 사는지에 대한 답의 실마리라도 얻을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때문인 것 같다. 2020년 최소 4번, 쓰고 또 쓰며 답을 얻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