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남짓의 캠프생활을 마무리하며,
130205 밤 필리핀 북부 마운틴 프로빈스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막연한 계획 없이,변화를 찾아 의미를 찾아 휑하니 바나우에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12시간 남짓 걸리는 기나긴 심야버스,
터미널에서부터 나빼고는 전부 서구권 외국인들이라 움축 쭈그러 들기도 했다.
바나우에에 도착해 짐을 풀기도 전에 바타드행 지프니에 탑승.
진이 다 빠지게 바타드 폭포에 도착해, 수영하다가 살짝 고생하고.
다시 바나우에로 돌아와 하룻밤.
다음날 아침, 사가다로 직행하는 공용밴을 잡아서 나 혼자 본톡에 살짝 들렸다가 사가다로.
사가다에서 어영부영 일행을 모으고, 3일 정도를 지내며 케이브커넥션 등 여러가지 시간을 보냈다.
Reinier를 만나 하루정도를 함께하고, 뒤늦게 바기오로 출발.덕분에 일요일 밤에 잡아두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역시 여행은 혼자해야겠다는 결심.
그 곳에서의 정보 보다는, 내가 느낀 점들을 정리하고 싶다.
세상은 참 어마어마하구나.
바나우에에 가던 심야버스에서 잠시 내려 어마어마한 숫자의 하늘의 별들을 난생 처음 봤을 때,
위로만 위로만 올라가던 중에 아래를 쳐다보니, 바닥은 보이지 않고 산들만 무성했을때,
케이빙을 하며, 바닥이 보이지 않는 땅 구멍을 바라보며, 아래로만 향하는 물들은 어디로 흐를까,
옛 사람들이 왜 그리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자연을 숭상하고, 신기하게만 생각했는지 이해가 갔다.
또, 자연스레 지구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샘 솟는 기분. 세상은 참 크구나.
오지 여행지의 재미.
사가다는 전형적인 배낭여행자들의 성지였다. 도시와는 많이 단절된 산간 지역이지만,
여행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 곳. 전체 거주자의 절반 정도는 여행자처럼 보였다.
나처럼 1인 여행자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외롭기 때문에,
어쩌다가 지프니를 같이타면 일행이 되고, 케이빙을 같이하면 일행이 된다.
마치, 매일 매일 새로운 마을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느낌?
요거트 하우스, 김치레스토랑 같은 몇가지 명소들이 마을의 회관같은 느낌을 자아내고.
마치, 포켓몬스터 게임에서 새 마을에 도착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퀘스트도 얻고, 동료도 만나는 느낌.
앞으로 다른 여행을 하게 되더라도 이런 느낌의 여행지를 꼭 한군데는 들려야겠다는 느낌.
다른 삶.
내가 주로 주중에 있었기 때문인지, 필리핀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중국인 한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호주,영국,프랑스,네덜란드 같은 서구권 국가들의 사람들과 같이 다니게 됐다.물론 걔네들끼리 얘기할 때는 토익 리스닝하는 기분으로 집중해 경청해야 했다.
아무튼, 참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들.
대학을 마치고 필리핀에 도시텃밭 조성 프로젝트로 온 21살짜리 더치 여자애.
중국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24살 독일 남자애.
이제 대학에 들어와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 20살 중국 남자애.
인천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두 명의 24살 Aussie들.
각자 얘기들을 하면서,정말 살아가는 모습들이 다르구나 싶었다.
Mary Jane을 마치 한국에서 고딩이 술 먹는정도로 표현하는 유럽쪽 애들이 신기하기도 했고.
내가 처한 환경을 아예 무시 할 수는 없겠지만,
항상 되새겨봐야겠다. 내 삶은 내가 꿈꿀수 있는 최적의 모습일까.
나는 흔히 여행을 말할 때,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를 한다.
사실 멋진 경관 같은 건, 별로 관심도 없으니까.
그 점에서 이번에는 베트남에서의 시간과는 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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