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간간이 느닷없는 불면의 밤이 찾아오곤 한다. 여느 날에는 커피 다섯 잔을 쏟아부어도 꿀잠 자는 나지만, 정말 아무런 까닭 없이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세 시를 맞이할 때가 있다. 야속하게도 이 느닷없는 불청객은 내 사정을 도통 살피지 않기에,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의 처지를 난처하게 만들곤 한다. 잠이 들기 위해 불을 끄고 눈 질끈 감으며 10분 정도 꾸욱 참아보지만, 결국 어느새 스마트폰을 손에 쥔 나는 말똥말똥하게 깨어있고, 그렇게 하릴없는 새벽 위에 놓이면 차라리 체념하고 허리를 꽂게 펴서 다시 침대에 걸쳐 앉는다. 어차피 잠들 기회는 놓쳐버린 그즈음이면 내 시간은 새하얀 낙서장 위에 놓인다. 무엇이든 그려도 되고, 무엇을 해도 무용한, 지루한 수업 중 낙서처럼 그저 지나가면 증발해.. 더보기 NO SUBJECT 왜 사냐건 웃지요. 라는 시구를 꽤나 좋아하던 나였다. 인생 전체를 정의하는 중차대한 질문을 그런 너털웃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나도 그저 그런 대답밖에는 할 수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다. 길가는 사람 열 명을 붙잡아두고 왜 사십니까?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논리정연하게 자신만의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두어 명은 될까? 나는 그 물음에 명확한 답을 할 자신이 없다. 그저 돌이켜보면 이왕 사는 거라면 이렇게 살고 싶다. 정도의 바람은 있었다.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초라한 사람도 되고 싶지 않으며, 기회가 된다면 조금이나마 이름이 남는 삶이라면 더 좋겠다는 욕심 정도가 내 소소한 희망이었다. 여태껏 그 소소함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 더보기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누군가에게 영원한 안녕을 고하고 나면, 우습게도 우리 속에는 그가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가 안녕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피어오른다. 전자는 같은 시간을 지내온 상대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되고, 후자는 나의 존재가 그만큼 상대에게 중요한 존재였기를 바라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안녕을 고한 우리는 어떤 결과가 닥쳐오든, 마음 한 켠이 아린 이별을 맞이하곤 한다. 애초에 이별이란 헛헛한 일이니까. 5년 전, 신입사원으로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미 나름대로 사회생활은 해볼 만큼 해본 중고신입이었기에, 회사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 따위는 없었다. 다만 더 나은 대우와 적당한 업무 환경 정도면 족하리라 스스로 되뇌었다. 회사란 곳은 마치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판에 박은 듯하면서도 각양각색인 곳이기.. 더보기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