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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 4 시작은 우연이었다. 친구들과 건강 챙기자며 이런 저런 과제를 스스로 부여하다보니, 최소 주 3회는 운동을 하자며 운동 계를 결성했다. 우리끼리 정한 운동의 범위는 30분 이상의 웨이트 트레이닝 혹은 5km 이상의 달리기. 그리하여 날씨 좋은 여느 봄날 저녁 달리기나 한번 해볼까 싶어 운동화를 동여메고 집 밖에 나섰다. 달리기라는 걸 이렇게 각잡고 해본게 몇년만일까, 아마 군대 전역후에는 없었으니 족히 10년은 넘었을텐데. 마치 첫 걸음마를 떼던 그때처럼 모든게 생소했다. 5km라는 거리는 어느 정도인건지, 어느 정도로 뛰어야하는 건지 아무런 경험이 없었기에 선택한 것은 그저 냅다 달리는 일. 500m쯤 지났을까 심장이 터질듯 뛰기 시작하고 곧이어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듯한 한걸음 한.. 더보기
07 Playlist 꿉꿉한 주말, 여느 날처럼 차에 스마트폰을 연결하고 네비에 목적지를 세팅하면 나도 모르는 새에 잔잔히 BGM이 흘러나온다. 요즘은 주로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기에, 그날의 첫 곡은 내가 고르고 이후의 선곡은 알고리즘에게 맡기곤 하는데, 이 놈이 꽤나 신통해서 나름대로 그럴싸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해주곤 했다. 가끔씩은 플레이리스트 속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재미를 맛보기도 했고, 또 때로는 주위 사람들과 너무 비슷해져버린 선곡표에 씁쓸함을 맛보기도 했다. 여하튼 그 날도 여느 때처럼 그 신비한 알고리즘은 나를 이런저런 음악으로 끌고 다녔는데, 듣다보니 하나 하나 너무 반가운 노래들의 연속이었다. 생각해보니 전부 내 학부 생활 전반기, 그 중에서도 2007년 새내기 시절 내 MP3를 가득 채워주던 노래.. 더보기
서투름 모든 것이 서툴게만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릴 없는 때, 그저 느릿한 걸음 두어시간 정도면 내 세계 구석구석을 만끽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초록 액정을 가진 두 손가락 남짓한 휴대전화에는 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들어있었다. 내 초라한 연락처에는 불과 열댓명 밖에 살고 있지 않았지만, 내가 가진 40자의 공간은 그럼에도 너무 협소하기에 빈칸을 없애고 없애 공백 없는 문자를 완성했던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 나날이었다. 공백 없는 문자를 고르고 골라 영원히 간직하려다 보면 내게 주어진 슬롯은 더더욱 협소했고, 아쉬움을 머금은 택일의 순간들을 맞이하곤 했다. 그 즈음, 만남은 더더욱 희귀했다. 우리는 아직 처음이었기에 미칠 듯 뛰는 심장을 정의할 만 한 언어를 찾지 못했고, 그저 마음이 원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