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sizing 이사를 앞두고 있다. 2018년 말 갑작스레 온 가족에게 생소한 곳, 성남으로 이사 온 뒤 어느새 5년이 흘렀다. 본격적으로 사회인으로서 보낸 5년이었기에 시간은 눈코 뜰 새 없이 짧게 지나갔지만, 그래도 생소한 이 집 방구석 군데군데 시간의 흔적이 남았다. 막 이사했을 땐 침대 머리맡을 어느 쪽에 두어야 하나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모든 가구가 원래 그곳이 자기들의 자리이었던 것 마냥 차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지만 가구들에게는 야속하게도 나는, 우리 가족은 몇 달이 지나면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또다시 이동할 계획이다. 이사 갈 집의 크기는 지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새집은 지금의 짐들이 가득 들어차기에 부족한 느낌이 든다. 5년간 헌 집 여기저기를 빼곡.. 더보기 Cosmic Ray 2013년 열린 여느 게임 대회중. 주어진 미션을 얼마나 빨리 클리어하느냐로 승패를 가루는 스피드런 종목에서 사건은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던 한 선수의 캐릭터가 어느 한순간 다른 장소로 순간이동 해버린 것이다. 게임상의 버그를 이용하는 글리치(Glitch) 플레이가 허용된 대회였고,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에 유야무야 지나가 버릴 일이었지만,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동일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얼마든지 재현할 수 있는 다른 글리지 플레이와 달리 이 순간이동은 그 순간 이후로 단 한 번도 재현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조차 본인의 캐릭터가 이동된 이유를 모르고 있었고, 결국 수많은 사람이 몇 년간 분석한 끝에 믿기 힘든 결말에 다다랐다. 범인은 우주방사선(Cosmic Ray). .. 더보기 살길 "나이에 구애 받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20대 내 삶의 모토였다. 그 다짐 덕분인지 20대 후반의 나는 9년째 대학생 신분이었다. 핑계는 많았다. 한시도 게을리 산적은 없었고, 아르바이트던, 해외경험이든, 인턴이든 나름 경험한 것은 많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 자부심이 무색하게 수십 건의 불합격 소식을 접한 후, 그래 이번 시즌은 망했구나, 한탄하며 여느 취업 특강에 들렀다. 머릿속에 장래에 대한 고민만 가득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뻔한 질문을 던졌고, 강연자의 답은 단호했다. "20대 후반이라면 스스로 밥벌이는 책임져야 한다." 그 한마디를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입사 생각 없이 연습차 지원해 두었던 회사 두 곳 중 한 곳에 입사하기로 ..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