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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썰 솔로가 됐다.30대 중반에 솔로가 된다는 건 수많은 주변인들의 동정심을 자아낸다. 누군가에게 이 이별은 입시-취업-결혼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사다리에서 미끄러진 중차대한 사고이고, 누군가에게 이 이별은 이제 긴박히 결혼 상대를 찾아야하는 전시상황, 데프콘이다. 걱정해주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더 이상 시간 지체하지 말고 누구라도 소개받으라고 등을 떠밀었고, 나 또한 주변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초조함에 소개팅 시장에 뛰어들었다.늘 장난삼아 에세이 모임 멤버에게 당신은 소개팅 시장의 좋은 매물이라는 칭찬 섞인 장난을 치곤 했는데, 막상 소개팅 시장에 들어선 나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시장 매물치고 나이가 많은 게 꽤 큰 흠이긴 했지만, 남성 매물의 최우선 기준인 키 180cm를.. 더보기
공교롭게도 주류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이었다. 마케팅 전공 교수들이 선발한 학부생 4명을 대상으로 3개월동안 진행되는 인턴 프로그램의 첫 OT날, 면접 때는 보지 못했던 낯선 인물이 등장했다. 큰 체구에 앳된 얼굴, 서툰 한국어를 가진 누군가가 인턴으로 함께 합류하게 된 것이다. 채용전환형 인턴자리는 아니었기에 그를 포함한 5명의 인턴들은 그럭저럭 원만한 3개월을 함께 했고, 3개월이 마무리 될 즈음 그의 입을 통해 그 좌초지종을 알게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 회사 마케팅 팀장과 인연이 있었고, 스무살을 갓 넘긴 아들의 학부 첫 여름방학을 무의미하게 놀리기 싫어 팀장에게 일종의 육아를 부탁한 것이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참 요상한 그림이었지만, 사회 초년생이었던 당시의 나는 그저 둔감하게 그 상황을 받아.. 더보기
이상한 관계 이별 이후 엔 이따금 의미 없는 가정을 늘어놓곤 했다. 우리가 그저 친구 사이였다면 이따위 사소한 이유로 끝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지금도 종종 웃으며 서로의 안부를 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 애초에 친구로 시작한 관계가 아니기에 연인이 될 수 없었다면, 친구조차 될 수 없었겠지만, 어차피 의미 없는 가정법에 개연성이 필요하랴. 그저 이별 이후의 쓸쓸한 공백들을 채워줄 수만 있다면 어떤 가정이든 쓸만하다. 세상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꽤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연인 간의 사랑은 유일해야 하며, 연인은 서로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서로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연인으로서 충분히 친밀하지 못하다는 것은 관계의 결격사유가 된다. 세상 어딘가에 더 친밀한 누군가가 있어서는 안 되며, 그 친밀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