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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을 뽑으며 새해맞이를 겸해 치과에 가 스케일링을 받을 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넌지시 사랑니 발치를 권해오곤 했었다. 아직 아무런 불편함도 없지만, 언젠가는 고놈이 옆 치아를 건드려 속을 썩일 수 있으니, 미리 뽑아두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몇 해 동안 그런 권유를 받을 때마다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하곤 했었는데, 이번엔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덜커덕 먼 미래에 발치 약속을 잡아버리고 말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몇 달 후로 정해둔 이 뽑는 날은 다가오고야 말았고, 나는 내 발로 내 뼈의 일부를 도려내기 위해 치과로 향했다. 어찌 보면 그저 턱이 좁아진 현대인 진화의 산물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사랑니인데, 나를 포함한 수많은 현대인은 그 막둥이 치아 하나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잇.. 더보기
자기다움 매년 새해를 맞이하며 그 해의 목표와 다짐들을 정리하곤 한다. 그리 계획적인 인간이 아닌 내게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2012년 말 1년 간의 해외생활 마무리를 앞두고 막연히 한국에 돌아가면 무얼할까, 하는 고민에 끄적거리기 시작했던 게 계기가 되어 매년 새해 목표를 세우는 게 나름의 신년 관례가 되었다. 오픽 AL 획득 같은 목표들은 우습게도 10년 동안 매해 개근하며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한 증거가 되었고, 취업 하기, 면허 따기 같은 예전 목표들을 볼 때면 어린 시절 그때의 간절함과 고민들이 다시금 떠오르곤 한다. 그렇게 매번 그해 내게 주어진 다양한 상황에 맞는 목표를 짜고 나면 글을 마무리는 항상 한 가지 고정 목표로 마무리되었다. 나 자신 지키기. "항상 주체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 더보기
Stepping 2024 이렇게 또 한해가 지나갔다. 4월이 되어서야 24년의 각오를 되새김은 그만큼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방증일까. 나다움을 꽤나 많이 잃었던 한 해 같다. 옳다고 생각함에도 행동하지 못했고,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잃을 것과 두려움이 많아진 탓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되새기며 24년 한해는 더 나아지기를 고대해본다. 1. 건강 작년 한해는 건강에 있어서만큼은 한걸음 퇴보한 시간이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한창 재미 붙였던 러닝에 소홀했고, 연말에는 발목 골절까지 겹쳐 몇개월간 제대로 거동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올해는 꾸준한 운동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올해의 중간 목표로 연간 마일리지 600km 달성 / 하프마라톤 5회 완주를 목표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