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Book 썸네일형 리스트형 뭔가를 하긴 해야하잖아 (이유없는 반항)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가장 큰 고민은 '왜 살아야하느냐'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살아가야하는 이유들을 고민하며 하루 하루를 보낸다. 누군가는 꼭 이루고 싶은 무언가 때문에, 누군가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또 누군가는 죽음이 막연하게 두려워서 살아감을 택하지만, 나는 내가 눈감는 그 순간까지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막연히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다 처음으로 삶의 목적을 찾으려 하는 때가 바로 흔한 사춘기, 성장기인 것 같다. 하지만 '뭔가를 하긴 해야하잖아'라는 한마디 대사처럼 우리 모두는 삶의 목적 위에서 부유할 뿐, 그 어느 목표에도 정박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학생 시절엔 대학에, 취준생 시절엔 눈앞의 밥벌이라.. 더보기 느껴지는 그대로 (하루의 취향 / 타인의 취향) 어린 시절, 희소한 취향을 가졌다는 건 하나의 우월감이었다. 친구들이 모르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는다는 거,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영화를 봤다는 것. 그리하여 나는 그들보다 더 넓은 시야와 더 깊은 안목을 가졌다고 착각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그 시절 나는 '이런 취향을 가졌소이다' 하는 자부심에 내가 듣는 음악,영화를 괜시리 이리저리 흘려가며 누군가 그 고고한 취향을 눈치채주길 기대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습관이 전혀 없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모르는 마이너한 영화와 음악을 읊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지적 방대함에 기가 죽어 더 움츠러들기도했다. 그래서 한때는 더 많은 영화를, 더 마이너한 영화를 찾아가며 탐닉하던 시절이 있었다. 헐리웃에서 .. 더보기 오독의 역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펀치 드렁크 러브) 흔히들 사랑은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오독으로부터 시작된다. 잘 아는 것보다는 미지의 무언가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는 우리는 그 미지의 영역 속에 각자의 상상과 판타지를 잔뜩 투사하여 바야흐로 상대를 신의 영역에 올려둔다. 그렇게 그녀를 계속 신계에만 모셔두면 좋으련만, 살아가다보면 정말 기적적으로 그렇게 완전무결하고 나와는 다른 차원의 존재인 것만 같았던 상대와 만남을 시작하게 되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연애의 비극은 시작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행복은 사랑을 시작할 때 나오곤 한다. 펀치 드렁크 러브 이건의 모습처럼 사랑의 시작은 한 인간에게 수많은 것을 선사하여,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그 아무에게.. 더보기 Que Sera Sera (아몬드 / 보이후드) 성인이 된 지금도 하루 하루의 내일을 예측할 수 없으니, 길고 긴 성장기를 거쳐가는 동안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오죽할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는 여느 드라마 속 말처럼, 커나가면서 우리는 하루하루 수많은 처음들을 겪어내고 그것에 익숙해져가며 성장한다. 12년간 지속된 보이후드 속 세상은 시간의 흐름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잔잔히 보여준다. 때로는 든든히 믿고 결혼한 남자의 변절을 겪기도 하고, 나중에는 시시해져버릴 술, 섹스 같은 미지의 세계에 대해 왠지 모를 동경을 갖기도 한다. 영화가 잔잔히 흘러가는 와중에도 흡인력을 잃지 않는 건, 메이슨의 하루 하루가 나, 우리의 과거와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일거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완전했던 과거의 모습에서 나름 어엿히 성장한 한명의 대학생, .. 더보기 인생은 금물 (행복의 충격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인생 첫 여행을 기억한다. 하노이행 여행을 결정하고부터 론리플래닛 하노이편을 달고 다니며 줄줄 외우다시피 했고, 스마트폰이라는 게 세상에 없던 시절이라 지도에 의지해 골목 하나하나를 더듬거리며 찾아다니곤 했다. 철저한 예습 덕분이었는지, 처음 간 이국 땅이었지만 마치 가이드처럼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안내해주곤 했더랬다. 시간이 흘러 새벽 2시에 여행지를 정하고 아침 10시에 출국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 세상을 살고 있다. 카드, 스마트폰, 여권만 들고 공항을 나서면 모든것이 해결되는 지금이니까. 예전의 그 여행과 오늘의 이 여행의 가장 큰 차이는 무얼까. 문득 여행이라는 걸 결정짓는 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했다. 장기간 이동해서 먼곳으로 가는 것? 정도로 설명하기에 여행은 나에게 너무도 .. 더보기 새 것은 낡는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우리도 사랑일까) "New things get old" 신형철 작가의 글을 빌리자면 하나의 아포리즘인 한마디, "모든 것은 낡는다"는 한마디는 참 많은 의미들을 내포한다. 그 말을 내뿜던 할머니조차 젊은 시절을 지나 늙어졌고,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나오는 사랑들도 결국은 하루 하루 낡아진다. 여느 영화에서처럼 서로에 대한 사랑 표현이 뜸해지고, 점차 서로에게 불친절해지는 모습의 권태기를 표현했다면 이 영화의 울림이 조금은 덜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전히 너무나도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아는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아쉬움을 배가시킨다. 서로에게 악담을 퍼부으면서 낄낄거릴 정도로 그들은 유머도 취향도 닮아져있었고, 이 모습은 그들이 정말 너무나도 잘 맞는 한쌍이었다는 것을 납득시킨다. 같은 지점.. 더보기 하루의 디테일 (일간 이슬아 / 패터슨) 오늘 하루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어김없이 비슷한 시간 즈음 게슴츠레 눈을 뜨고 시리얼을 억지로 밀어 넣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여느 소시민의 하루들은 그렇게 흐른다. 오늘을 사는 현슬이도, 이번 주를 산 패터슨에게도 하루하루는 그렇게 비슷비슷하게 흘러간다. 월화수목금 AM 06:10 즈음이면 눈을 뜨고 일어나 버스를 몰고 매번 같은 길을 드나든다. 기울어진 우체통, 묶어둔 불독, 펍에서의 맥주 한잔은 매번 똑같기만 하고, 사랑하는 그녀와의 대화는 단조롭기만 하다. 이런 권태 속에서도 그를 지탱해주는 건 씀이다. 그 순간순간들을 시로 만들어가며 이를 기억하고 마치 일기를 쓰듯 그 시를 비밀노트에 넣어둔다. 반면 이슬아의 일기는 매우 다채롭다. 여느 50대 아줌마의 아프리카 지방 고군분투 이야기이면서, .. 더보기 채워질 자리 (걸어도 걸어도 - 고레에다 히로카즈) 완벽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준페이는 아프게 세상을 떠나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준페이의 방은 그대로 자리하고 있고, 애꿏은 료타는 준페이의 역할을 강요받곤 한다. 점잖은 양반이지만 자식을 떠나보낸 원흉이 된 사람 이야기에 몰상식해지는 아버지의 모습이나, 괴로울 걸 알면서도 일부러 제사날 방문하기를 종용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모두 가족을 잃은, 특히 자식을 잃은 상흔이 얼마나 그들에게 크게 남아있는지를 보여주곤한다. 비단 자식의 죽음뿐일까, 사실 세상 누구에게나 가족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그 자리에 대한 안타까움과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은 세상 누구나 갖게되는 공통적인 감정이다. 료타에게는 축구, 그리고 자동차가 .. 더보기 살고 싶은 삶 (모스크바의 신사 - 에이모 토울스)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을 것, 정도면 신사가 되는 조건을 설명할 수 있을까. 호텔이 가진 낭만을, 그리고 그 낭만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신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과 영화였다. 백작의 세상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로 180도 바뀐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여기저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자유가 보장되었던 백작이라는 신분은, 구시대의 인물이라는 낙인이 되어 호텔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 적극적으로 저항할까, 탈출을 모색할까, 혹은 모순적인 혁명체제를 혁명하고자할까. 그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가며 그 여유와 친절함을 지켜나간다. 손님으로써 이용하던 호텔 레스토랑의 직원이 되고, 꼬마아이의 삼촌이 되었다가, 늙은 아버지가 되고, 끝내 일종의.. 더보기 붙잡을 수 없는 것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빈부를 막론하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한다. 그게 뭐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른을 넘기며 하루하루 푸석해지는 피부를 바라보는 나에게는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 그리고 젊음이 멀어진다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이기만하다. 도리언 그레이에게도, 마리아에게도 젊음은 영원토록 붙잡고만 싶었던 하나의 자아와도 같았다. 도리언 그레이에게는 누구에게나 칭송 받을 만한 순수함을 내포하고 있는 외모가 자신의 자아였고, 마리아에게는 어린 나이에 평면적인 연기를 보이는 선배연기자와 대조되는 입체적 연기를 펼치는 극중 시그리드가 본인의 자아였다. 하지만 실스마리아에 흐르는 구름처럼, 자아는 그리고 젊음은 붙잡을 수도 붙잡아서도 안되는 무언가였다. 도리언 그레이는 본인의 순수성에 집착하기 시작하며 ..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