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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Book

느껴지는 그대로 (하루의 취향 / 타인의 취향)

어린 시절, 희소한 취향을 가졌다는 건 하나의 우월감이었다. 친구들이 모르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는다는 거,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영화를 봤다는 것. 그리하여 나는 그들보다 더 넓은 시야와 더 깊은 안목을 가졌다고 착각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그 시절 나는 '이런 취향을 가졌소이다' 하는 자부심에 내가 듣는 음악,영화를 괜시리 이리저리 흘려가며 누군가 그 고고한 취향을 눈치채주길 기대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습관이 전혀 없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모르는 마이너한 영화와 음악을 읊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지적 방대함에 기가 죽어 더 움츠러들기도했다.

 

그래서 한때는 더 많은 영화를, 더 마이너한 영화를 찾아가며 탐닉하던 시절이 있었다. 헐리웃에서 제작해 멀티플렉스에서 개봉한 영화보다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는 프랑스 영화가 더 가치있다고 믿던 나날이었다. 나름대로 마이너하고 희귀한 취향을 만들고자 찾아다니다보니, 결국 이 세상 영화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고 다양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때쯤이었을까. 어느 순간 나는 더이상 희귀하고 덜 유명한 무언가를 찾아해메는 걸 멈추었다. 그리고 그저 좋은대로 내 맘이 가는대로 하나둘 음미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뭐라 규정 지을수 없는 취향을 가지게 되었다. 어찌보면 잡종이고 좋게 말하면 하이브리드인. 그리고 그 취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취향에는 각자의 방향만 있을뿐 우월이 없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스스로의 취향에 대한 자존감도 조금은 높아졌다. 나는 결국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으며, 내가 원하는 삶을 살거니까. 물론 요즘도 가끔씩 때로는 우월감, 때로는 열등감에 시달리기는 한다.

 

넓히 보면 영화, 여행, 패션처럼 각자 삶의 모습도 하나의 취향이라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각각의 정답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누군가 내 맘에 들지않는 모습으로 살아가더라도 그 모습이 그의 정답이라면 나는 그를 취존하려고한다. 그리고 나 또한 내 취향대로 살아가고 싶기에 하루하루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고있는 지 되짚어볼 뿐이다. 그렇게 살아가다가 철군처럼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누군가를 만난다면 성공한 삶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