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여행을 기억한다.
하노이행 여행을 결정하고부터 론리플래닛 하노이편을 달고 다니며 줄줄 외우다시피 했고, 스마트폰이라는 게 세상에 없던 시절이라 지도에 의지해 골목 하나하나를 더듬거리며 찾아다니곤 했다. 철저한 예습 덕분이었는지, 처음 간 이국 땅이었지만 마치 가이드처럼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안내해주곤 했더랬다.
시간이 흘러 새벽 2시에 여행지를 정하고 아침 10시에 출국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 세상을 살고 있다. 카드, 스마트폰, 여권만 들고 공항을 나서면 모든것이 해결되는 지금이니까. 예전의 그 여행과 오늘의 이 여행의 가장 큰 차이는 무얼까.
문득 여행이라는 걸 결정짓는 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했다. 장기간 이동해서 먼곳으로 가는 것? 정도로 설명하기에 여행은 나에게 너무도 거창한 존재니까. 결국 여행은
'미지'와의 만남인 것 같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과의 만남. 내가 보지 못했던 광경들,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과의 조우.
월터는 틀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 그린란드,아이슬란드라는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 절대 믿지 못할 여러가지 해프닝을 겪으면서 결국 숀 오코넬을 만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간다. 너무나도 뻔한 클리셰일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돌아온 월터의 삶은 사실 숀 오코넬이 LIFE지의 마지막 호를 장식할 만큼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 이었고, 월터는 다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게 되었지만 월터는 마음은 이전과 다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일상은 여행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예상치 못한 얘기들과 사건들을 맞이하고, 때로는 박장대소하기도, 때로는 울기도 하며 시간을 여행한다. 각자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과 충돌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나가기도 한다.
마치 라이프지의 표어처럼 일상속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지나쳐 갈 서로를 더 알아가려는 노력이 우리의 삶을 조금은 더 가치있게 만들지는 않을까, 그게 우리 삶의 목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하루하루를 여행자의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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