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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Book

Que Sera Sera (아몬드 / 보이후드)

성인이 된 지금도 하루 하루의 내일을 예측할 수 없으니, 길고 긴 성장기를 거쳐가는 동안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오죽할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는 여느 드라마 속 말처럼, 커나가면서 우리는 하루하루 수많은 처음들을 겪어내고 그것에 익숙해져가며 성장한다.

 

12년간 지속된 보이후드 속 세상은 시간의 흐름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잔잔히 보여준다. 때로는 든든히 믿고 결혼한 남자의 변절을 겪기도 하고, 나중에는 시시해져버릴 술, 섹스 같은 미지의 세계에 대해 왠지 모를 동경을 갖기도 한다. 영화가 잔잔히 흘러가는 와중에도 흡인력을 잃지 않는 건, 메이슨의 하루 하루가 나, 우리의 과거와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일거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완전했던 과거의 모습에서 나름 어엿히 성장한 한명의 대학생, 한명의 대학교수가 되는 동안 스쳐간 수많은 인연들. 수많은 이벤트들.

어마어마한 무언가가 되지는 않더라도, 우리 모두의 성장기는 약간의 생채기와 그 생채기를 감내해가는 과정의 반복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뎌지기도 강해지기도 하면서 어떤 일이든 흐르듯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간다.

 

마치 하나의 생명이 윤회하듯 메이슨 주니어는 자라 메이슨 주니어를 탄생시켰던 메이슨 시니어의 그 때 그 나이가 되고, 그간 메이슨 시니어는 책임감과 고루함을 골고루 갖춘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보이후드가 이렇듯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중 하나는 메이슨 주니어/시니어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레 나이먹어가며 성장해나가는 우리네 모습을

가깝게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내일 하루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 짜릿한 때가 오기도, 아들을 떠나보내며 울적한 기분을 참는 때가 오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예상치 못할 그 하루하루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하루를 유유히 살아내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