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음울한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그 시절, 사람은 타인을 절대로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 말인 즉슨, 나 또한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받을 수 없다는 뜻, 이제와 생각하니 그 어떤 말보다도 절망적인 한마디겠구나 싶다.
Detachment. 영화 속 헨리는 어쩐지 모르게 모든 존재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기간제 교사의 삶을 선택해 학생들의 삶에 깊숙히 들어가기를 기피하고, 길거리 창녀의 모습을 보며 찡그릴 뿐 그들의 삶에 섞이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이미 곪아 썩어버린 헨리의 삶을 자리하고있다.
헨리만 그럴까, 우리 모두는 마음 깊은 곳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상흔들을 남겨두고 산다.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자기 삶을 하루하루 꾸벅꾸벅 살아가지만, 결국은 상처 투성이인 우리 모두.
영화는 상처를 드러내며, 그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깊게 조명하지만, 답을 내리지 않고 막을 내린다.
감동적인 드라마를 기대하며 부푼 맘으로 영화를 지켜봤던 나는, 긍정의 단초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막을 내려버린 영화를 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혹자는 영화에서 에리카의 변화를 보며 그 단초를 찾으려고 하겠지만, 난 그게 진정한 의미의 단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그게 삶이다. 인사이드 르윈이 그랬듯, 우리네 삶은 그냥 흘러가고, 또 흘러간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기억 저편으로 밀려나고 가끔씩은 다시 나타나 아픔을 주곤한다. 그 누구도 완전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완전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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