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를 10년 만에 다시 봤다.
2006년에 수시붙고 빈둥거리던 시절 이 영화를 봤던거 같으니, 진짜 10년만에 다시 본 영화.
사실 10년전에는 명작이라는 후광에 기대어 영화를 봤지만, 그 감정선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각 인물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내가 뭐 내공이 부족한가보다 하고 넘겼고, 언젠간 다시 그 영화를 보리라 생각.
10년이 지났고, 다시 본 클로저의 느낌은 새삼 달랐다.
지금도 모든 인물의 마음을 읽지는 못하겠지만, 군데군데 공감되고 이해되는 장면들이 생겨났다.
바람핀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싸우던 와중에, 약속이나 한 듯 갑자기 포옹하며 서로를 위로하던 모습.
예전에는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라며 바라봤던 장면인데 이제는 그 마음이 이해된다.
사람의 마음은 내 맘처럼 되는 게 아니기에 변해버린 마음을 돌이킬 수 없지만,
상대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은 남아서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몰려오는 순간.
오늘 흘러가듯 나눈 이야기지만 사람은 누구나 사랑 앞에서 쓰레기가 될 때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인간은 너무나도 불안정한 존재이기에, 감정은 흔들리고, 사랑은 무력해진다.
5년 후 즈음에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나머지 감정들을 이해하게 될까.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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