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밤, 이수 아트나인에서 코헨형제 감독의 신작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코헨형제에 대해서 시리어스맨, 등의 영화로 유명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이동진 평론가가 만점을 줬길래 맘 편히 다녀왔습니다.
코엔 형제 영화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다른 사고의 틀 없이 영화를 바라봤는데,
정말 영화다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적당한 거처 없이 여기저기 동료 뮤지션들의 소파를 전전하며 음악 생활을 이어나가는
가상의 인물 르윈 데이비스.
그런 그가 겪게되는 몇가지의 여정들을 영화는 담담하게, 그런데도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자그마한 클럽에서의 공연, 별 기대 없이 녹음한 플리즈 미스터 케네디,
여자친구(?)의 낙태, 시애틀로의 시궁창 여행. 오디션 낙방. 교수님 댁에서의 깽판,
고양이 바꿔치기, 은연중에 드러난 자살한 듀오 멤버로 인한 트라우마 까지
어찌보면 너무나도 격정적인 여정을 보내는데,이 모든 일들을 지나쳐가는 르윈의 시선은 너무도 담담합니다.
이런 게 '포크'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자세를 자알 드러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 써둔 포크와 락의 차이를 봤습니다.
포크를 향유했던 계층은 '민중'이었고, 락을 향유했던 계층은 '20대'였기 때문
얼핏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구요.
락은 삶을 표출하고 바꾸고 싶어한다면, 포크는 삶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려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삶에 대한 '흘려보냄'을 제대로 느끼고 온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교수님 아내에게 화를 낸다던지, 4인조 그룹에게 혹평을 내던 르윈의 모습에서 느껴지던
'화음'에 대한 불편함 혹은 트라우마 였습니다.
아마도 이런 트라우마는 음악적 파트너의 죽음 때문에 생겨난 것 같은데,
점차 이를 극복해나가고, 마지막 즈음 듀엣곡이었던 'if we had wings'를 부르며 정점을 찍죠.
'화음에 대한 기피'는 곧 사람들과의 조화, 공감의 부재를 의미하고
실제로도 르윈은 극중에 나오는 그 누구와도 원만한 관계를 가지지 못합니다.
극의 후반부에 가면서, 아주 조금 그 실마리를 보여주긴 하지만요.
# 예전에 제 SNS에 이런 배설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삶 또한 언젠가 그러한 영화처럼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것이라는 믿음이다.
그게 해피엔딩이든, 설령 배드엔딩이든.
우리는 클라이막스에 다다르기도 전에 갑자기 끝나버리는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 엔딩이 없는 영화를 지켜볼 수 있을까. '
모티브가 되었던 데이브 반 롱크가 그랬듯, 우리 삶 들도 그다지 영화같지 않게 흘러갑니다.
어려움은 극복되지 못하기도 하고, 의지는 관철되지 않습니다.
음악에 대한 신념 따위처럼 굳건한 신념을 가지기도 쉽지 않구요.
격정적이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은 우리네 삶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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