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하루 중 우연히 보게된 영화.
나름 유명한 감독이라는 건 알았지만, 전작이었던 아무도 모른다 같은 영화의 시놉시스가 딱히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별 관심 없던 감독이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또 하나를 건졌구나, 하는 느낌.
따뜻하면서도 차갑게 삶을 바라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시선이 너무나 좋았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던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라는 말을 계속해서 강조하듯.
주인공 료타의 삶은 그다지 완전하지 않다. 아니 부실하다 못해 붕괴되어 있다.
가장 구실 하나 제대로 못해 결국 이혼에 이르렀고, 싱고의 신발을 사주기 위해 변통한 돈을 경륜장에서 날리는 걸 보면 그다지 성숙한 어른도 아니고.
단순히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료타 스스로가 부족하기 때문에, 엉망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지금의 하루하루.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게 사람인걸, 그게 삶인걸.
영화의 질문처럼 자신이 원하던 어른이 된 사람이 대체 얼마나 있을까
우리의 삶은 모두 부실하기 짝이 없고, 우리의 됨됨이는 때론 너무나도 엉터리다.
료타에게 되풀이된 아버지의 모습, 싱고에게 흘러나오는 료타의 모습처럼 우리는 모두 닮아있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웃으며 울며 이혼한 며느리에게 탯줄을 건네던 시어머니의 모습처럼, 전남편의 소설에 대한 애정을 비치는 전처의 모습처럼.
우리는 또 그렇게 섞이고 섞인 감정들을 붙들며 살아가겠지. 뭐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 그래도 나는 아직 어린가보다. 내가 원하는 어른이 될 수 없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잠못이루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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