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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Book

살고 싶은 삶 (모스크바의 신사 - 에이모 토울스)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을 것, 정도면 신사가 되는 조건을 설명할 수 있을까.

호텔이 가진 낭만을, 그리고 그 낭만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신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과 영화였다.

 

백작의 세상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로 180도 바뀐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여기저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자유가 보장되었던 백작이라는 신분은, 구시대의 인물이라는 낙인이 되어 호텔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 적극적으로 저항할까, 탈출을 모색할까, 혹은 모순적인 혁명체제를 혁명하고자할까. 그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가며 그 여유와 친절함을 지켜나간다.

 

손님으로써 이용하던 호텔 레스토랑의 직원이 되고, 꼬마아이의 삼촌이 되었다가, 늙은 아버지가 되고, 끝내 일종의 탈옥수가 될 때까지 그는 신사로서의 여유를 잃지않는다.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백작으로써 살아가면서 쌓아둔 다방면의 경험, 혹은 몰래 숨겨둔 금화를 바탕으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더 근본적으로 그는 그가 되뇌이며 지키고자 했던대로 환경에 지배받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이를 실현해낸다.

 

호텔이라는 극히 제한된 공간속에서 그는 가족을 만들고, 동료를 만들고, 연인을 만들어가며 작은 세계를 구축해낸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백작에게는 새로운 세계, 호텔 밖으로 나아가야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가족을 모두 잃었고(마치 제로처럼), 본인의 자아이던 '백작'의 지위는 더이상 세상에는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가 그리워하는 연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 어찌보면 그는 새로 구축된 볼셰비키라는 환경 속에서 그가 살고자했던 삶을 충실히 살아갔고, 종국에 와서는 재능있는 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해 단순히 자리를 옮긴 것일 수도 있다.

 

몰락귀족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모냥 빠지지 않게, 절망하면서도 위트 있게, 항상 삶을 한 발자국 뒤에서 여유 있게 보는 그처럼 살아가고 싶다. 누구에게나 여유를 베풀고,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신사처럼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