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준페이는 아프게 세상을 떠나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준페이의 방은 그대로 자리하고 있고, 애꿏은 료타는 준페이의 역할을 강요받곤 한다. 점잖은 양반이지만 자식을 떠나보낸 원흉이 된 사람 이야기에 몰상식해지는 아버지의 모습이나, 괴로울 걸 알면서도 일부러 제사날 방문하기를 종용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모두 가족을 잃은, 특히 자식을 잃은 상흔이 얼마나 그들에게 크게 남아있는지를 보여주곤한다. 비단 자식의 죽음뿐일까, 사실 세상 누구에게나 가족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그 자리에 대한 안타까움과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은 세상 누구나 갖게되는 공통적인 감정이다. 료타에게는 축구, 그리고 자동차가 그 키워드가 되었겠지만.
료타, 료타의 아내 유카리는 각각 가족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 하지만 쉽지 않다. 새 아빠로써, 준페이의 대체자가 아닌 미술하는 아들 료타로서 인정받고 싶지만 아이는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아버지는 왜 의사가 되지않았는지 잔소리에 급급하다. 하지만, 사실 그를 아빠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하며, 엄마에게 먼저 료타는 자신의 어디에 들어와있는지를 묻는 아이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이미 료타는 아이의 아빠로서 자리하고 있었다. 끝내 전하지 못한 스모선수의 이름 처럼 서로 깊숙히 자리하고 있음에도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훔쳐볼 수 있었다.
하루하루 지나고 내 밥벌이를 시작하며 가족들에게 잘해야지, 잘해야지 생각하지만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10%가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10%는 어떤 방식으로 채워질 수 없는 채워질 자리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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